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킬러가 된 남자가 마지막 임무를 마친 후 자신의 과거가 남긴 복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드보일드 감성 액션 영화다. 화려한 총격과 추격, 그리고 감정선이 결합된 이 영화는 ‘정서적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를 세련되게 그려낸다.하드보일드 감성, 피와 눈물의 액션주인공 인남(황정민 분)은 킬러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은퇴하려 하지만, 자신의 과거로 인해 납치된 아이의 소식을 듣고 태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암살자 레이(이정재 분)와 생사를 건 추격전을 벌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다. 모든 폭력과 총격이 주인공의 감정, 죄책감, 구원의 갈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총알보다 표정과 침묵이 더 깊게..

자산어보는 정약전이라는 실존 인물과 서민 출신 어부 창대의 만남을 통해, 지식과 계급, 진보와 보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흑백 시대극이다. 단순한 역사 고증을 넘어 삶과 지식, 그리고 소통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를 아름다운 흑백 영상미로 담아낸 작품이다.유배지에서 피어난 지식과 우정영화는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이 해양 생물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어부 창대(변요한)와 협력하게 되며 시작된다. 지식인이자 유학자인 정약전과 어부이자 상놈 출신인 창대 사이에는 계급과 관념의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물고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한공주는 성폭력 피해를 겪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 중심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침묵, 방관, 2차 가해를 조명한 문제작이다. 사건 이후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회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조용한 서사 속에서도 강한 사회적 울림을 남긴다. 이 글에서는 한공주의 피해자 서사, 연출 기법,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메시지를 분석한다.말하지 못하는 고통, 그 이후의 삶주인공 한공주(천우희 분)는 전학 온 고등학생이다. 처음엔 평범해 보이지만, 그가 전학 온 이유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무거운 현실로 들어선다. 그는 집단 성폭력 피해자다. 하지만 문제는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이후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다. 학교, 이웃, 친구들 모두 그를 이상하게 보거나, 피해 사실을 알고 ..

침묵은 딸의 약혼녀가 죽고, 그 용의자로 자신이 몰리게 된 재벌 회장의 이야기로, 진실과 거짓, 그리고 침묵의 무게를 다루는 감정 중심의 법정 드라마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법정 스릴러 구조 안에, 부성애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으며 단순한 진실 게임을 넘는 인간극을 만들어낸다.진실은 침묵 속에 감춰져 있다주인공 임태산(최민식)은 성공한 재벌이지만, 자신의 약혼녀가 죽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간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의 침묵은 오히려 사람들의 의심을 키운다. 왜 그는 변명하지 않는가?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 이 영화는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침묵’이라는 감정과 전략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침묵은 방어일 수도 있고, 회피일 수도 있으며, 혹은 ..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한 평범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살인 누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과정에서 점점 광기와 집착의 경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심리 스릴러다. 단순히 ‘엄마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성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강하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섬뜩하고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마더가 보여주는 모성의 양면성, 서스펜스 전개,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에 대해 살펴본다.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 모성의 어두운 심연영화의 주인공인 이름 없는 ‘엄마’(김혜자 분)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도준(원빈 분)과 함께 살아간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중, 마을에서 소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여기서부터 엄마의 집요한 진실 찾기가 시작된다. ..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본격 SF 우주영화로, 지구를 떠난 미래 사회 속에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 중심이었던 SF 장르에 한국적 정서를 입혀 액션, 가족애, 사회 비판 등 다양한 요소를 녹여낸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도전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승리호의 세계관 설정, SF 장르로서의 완성도, 그리고 캐릭터 중심 감성 드라마 측면을 분석한다.우주를 배경으로 한 사회 비판적 세계관2075년, 지구는 거의 폐허가 되었고 선택받은 소수만이 UTS라는 우주 기지에서 살아간다. 나머지는 지구 또는 우주 쓰레기 속을 떠도는 하층민이다. 승리호의 주인공들은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로, 생존을 위해 위험한 수거 작업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