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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한 평범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살인 누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과정에서 점점 광기와 집착의 경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심리 스릴러다. 단순히 ‘엄마의 사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성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강하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섬뜩하고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마더가 보여주는 모성의 양면성, 서스펜스 전개,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에 대해 살펴본다.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 모성의 어두운 심연

영화의 주인공인 이름 없는 ‘엄마’(김혜자 분)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도준(원빈 분)과 함께 살아간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중, 마을에서 소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여기서부터 엄마의 집요한 진실 찾기가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인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모성은 흔히 숭고하게 그려지지만, 마더는 그 감정의 어두운 이면, 즉 ‘자식만을 위한 맹목적인 사랑’이 어떤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반전과 서스펜스, 봉준호식 장르 변주

영화는 전형적인 살인사건 추리극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구조는 무너지고 관객은 엄마의 내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엄마는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사람들을 밀쳐내며, 마침내 자신조차 무너뜨린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연출과 스릴러적 긴장감, 그리고 한국적인 정서가 뒤섞이면서 마더는 단순한 ‘범인 찾기’ 영화가 아닌 ‘자신의 진실 찾기’ 영화로 진화한다. 마지막 20분의 반전은 관객의 도덕적 기준마저 흔드는 질문을 남긴다.

김혜자의 연기,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질문

김혜자는 마더에서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광기와 사랑, 무너짐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눈빛 하나, 숨결 하나로 표현해낸다. 그의 얼굴은 관객에게 죄책감을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연민을 일으킨다. ‘엄마니까’라는 이유로 모든 걸 정당화하려는 인물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이 영화는 범죄의 해결보다 감정의 혼란,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남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춤은, 그 어떤 대사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마더는 단순한 모성 찬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무서운 본능과 집착, 인간의 불완전함을 냉철하게 그려낸 문제작이다. 잔잔한 연출 속에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품은 이 작품은 한 번 보고 끝낼 수 없는, 두고두고 되새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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