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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과 그 속에서 침묵하며 살아가는 소녀,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또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 드라마다.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 그리고 그 폭력을 마주하고 변화하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를 섬세하게 직시하는 작품이다.
폭력의 일상화, 마을 전체가 만든 침묵
도희(김새론 분)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보호받지 못한 채 폭력과 방임 속에 놓여 있다.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은 폭력이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 사실을 알고도 외면한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주민들은 방관자이자 공범이며, 그 침묵은 도희를 더욱 고립시킨다. 이 영화는 폭력 그 자체보다 그 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침묵의 공동체’를 고발한다.
여성 연대, 그러나 불완전한 구원
이 마을에 새로운 경찰로 부임한 영남(배두나 분)은 도희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녀를 돕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도희는 생존을 위해 거짓을 말하고, 영남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갈등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보호자-피보호자의 구도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극복하려는 불안정한 연대를 보여준다. 영화는 누군가를 구한다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섬세하게 그린다.
사회적 시선, 성소수자 정체성까지의 확장
도희야는 단순한 가정폭력 영화가 아니다. 영남은 성소수자로 설정되어 있고, 그 정체성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히 피해자를 도우려는 사람조차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이 영화는 ‘약자의 연대’가 얼마나 복잡하고 고립되는지 다층적으로 묘사한다. 피해자와 조력자가 동시에 사회적 소수자일 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동정이 아닌 ‘제도적, 구조적 개입’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도희야는 침묵 속에서 버티는 존재들에게 누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 어둡고 불편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야기로 관객의 시선을 현실로 끌어온다. 가정폭력, 고립, 여성 연대, 사회적 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진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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