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사제들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다뤄진 ‘엑소시즘’을 본격적으로 중심에 둔 한국형 오컬트 영화다. 사제들이 악령에 들린 한 소녀를 구하려는 과정을 따라가며 악과 맞서 싸우는 인간의 두려움, 믿음, 선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스릴과 긴장감으로 풀어낸 작품이다.한국적인 엑소시즘,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포검은 사제들은 서양의 전통적인 구마 의식을 한국 정서와 신앙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악령 들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 분)는 가톨릭 교리와 라틴어 기도문으로 싸움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 속에 담긴 인간적 갈등과 심리 묘사는 단순한 ‘퇴마극’을 넘어선 깊이를 보여준다. 특히 학교, 병원, 가정이라는 익숙한 공간 속에 스며든 초자연적 공포는 관객에게 더욱 현실적인 두려움을 안긴다...

82년생 김지영은 이름만 바뀔 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별 불평등, 육아와 경력 단절, 무의식적 차별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적인 질문을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무겁지만 절실한 현실을 조명한다.보통의 여성, 보통의 고통김지영(정유미 분)은 평범한 주부이자, 한때는 커리어를 꿈꿨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그의 이름은 점점 ‘아내’, ‘엄마’로 대체된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상. 그러나 영화는 그 일상 안의 작은 침묵, 반복되는 양보, 사소해 보이는 말과 시선 속에서 여성의 존재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를 보여준다. 김지영은 화를 내지 않지만, 그의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그동안 쌓여온..

\ 영화 벌새는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14세 소녀 은희가 가족, 친구, 첫사랑,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따라가며, 삶의 사소한 균열들이 어떻게 한 사람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감정 중심의 성장 영화다.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순간들은희(박지후 분)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조용한 아픔들로 가득하다. 가정폭력, 무관심한 부모, 사랑받지 못하는 감정,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는 세계의 불균형. 벌새는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감정, 들리지 않는 한숨, 적막한 교실과 복도, 누군가가 잠시 머물다 간 말 한 마디에 집중한다. 그 모든 것이 은희에게는 세상을 구성하는 절대적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킬러가 된 남자가 마지막 임무를 마친 후 자신의 과거가 남긴 복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드보일드 감성 액션 영화다. 화려한 총격과 추격, 그리고 감정선이 결합된 이 영화는 ‘정서적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를 세련되게 그려낸다.하드보일드 감성, 피와 눈물의 액션주인공 인남(황정민 분)은 킬러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은퇴하려 하지만, 자신의 과거로 인해 납치된 아이의 소식을 듣고 태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암살자 레이(이정재 분)와 생사를 건 추격전을 벌인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다. 모든 폭력과 총격이 주인공의 감정, 죄책감, 구원의 갈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총알보다 표정과 침묵이 더 깊게..

자산어보는 정약전이라는 실존 인물과 서민 출신 어부 창대의 만남을 통해, 지식과 계급, 진보와 보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흑백 시대극이다. 단순한 역사 고증을 넘어 삶과 지식, 그리고 소통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를 아름다운 흑백 영상미로 담아낸 작품이다.유배지에서 피어난 지식과 우정영화는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이 해양 생물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어부 창대(변요한)와 협력하게 되며 시작된다. 지식인이자 유학자인 정약전과 어부이자 상놈 출신인 창대 사이에는 계급과 관념의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물고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한공주는 성폭력 피해를 겪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 중심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침묵, 방관, 2차 가해를 조명한 문제작이다. 사건 이후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회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조용한 서사 속에서도 강한 사회적 울림을 남긴다. 이 글에서는 한공주의 피해자 서사, 연출 기법,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메시지를 분석한다.말하지 못하는 고통, 그 이후의 삶주인공 한공주(천우희 분)는 전학 온 고등학생이다. 처음엔 평범해 보이지만, 그가 전학 온 이유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무거운 현실로 들어선다. 그는 집단 성폭력 피해자다. 하지만 문제는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이후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다. 학교, 이웃, 친구들 모두 그를 이상하게 보거나, 피해 사실을 알고 ..